

장소는 있지만 순간은 없다
오늘날 이미지는 그 어느 때보다 쉽게 만들어진다.
몇 개의 단어만 입력하면 존재하지 않는 풍경이 나타나고, 시간과 계절은 자유롭게 바뀐다. 이전에는 상상으로만 머물렀던 장면들을 손쉽게 이미지로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.
나의 작업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시작되었다.나는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를 기반으로 작업한다. 강과 숲, 하늘과 지형은 모두 실재하는 공간이다. 그러나 내가 그리는 장면은 실제로 존재했던 순간이 아니다. AI를 통해 그 장소가 가질 수 있었던 또 다른 시간과 빛을 탐색한다. 아침은 황혼으로, 맑은 날은 안개 낀 저녁으로 변한다.
그렇게 만들어진 장면은 실제와 허구 사이에 놓인다.
장소는 존재하지만 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.
나는 이 모순적인 상태에 관심이 있다.
우리는 이미지를 볼 때 무엇을 믿는가. 실제 장소라는 사실은 이미지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. 만약 눈앞의 장면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, 그 이미지는 이전과 다르게 보이게 될까.
작업을 이어가며 또 다른 질문도 떠오른다.
이미지의 가치는 어디에서 오는가.
오늘날 우리는 손쉽게 아름다운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다. 그렇다면 나는 왜 그 이미지를 다시 회화로 옮기는가. 우리는 이미지 자체에 반응하는 것일까. 아니면 그것을 만들어낸 시간과 과정, 그리고 인간의 흔적에 반응하는 것일까.
나는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알고 있지 않다.
다만 실재하는 장소와 존재하지 않았던 순간, 손쉽게 생성된 이미지와 오랜 시간을 들여 제작된 회화 사이를 오가며, 이미지가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믿게 만드는지 탐구하고 있다.
이 그림들은 그 질문의 과정이자 흔적이다.

길 건너 사이프러스
Oil on Canvas. / 2024
145.5×97 cm

겨울이 닿는 바다
Oil on Canvas. / 2024
145.5.x97 cm

Oil on Canvas. / 2025
97×194 cm
젖은 들판 위 두개의 빛



구름 아래 흐르는
Oil on Canvas. / 2025
100x89 cm
Oil on Canvas. / 2025
80×116.5 cm
구름빛 호수
Oil on Canvas. / 2025
97×145.5 cm
부겐빌레아가 핀 오후